순이 이야기

화장실 수리는 끝났지만

조회 수 21775 추천 수 3 2004.09.12 15:42:43
화장실 수리가  끝났다. 화장실이  골골거린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토록 통한의 수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집을 팔라고 여기저기서  전화를 해오던 때가 언제런가.  얼마도 되지 않은 지난 겨울이다. 그때 팔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급하지 않은 것 같아 미적거리다 부동산의 얼음기에 빠져 버렸다.
이젠 정말 집을 팔아야 하는데.....
하지만 수리해 놓은 집도 안 팔리는 마당에 우리 집이 팔릴 리가 없다. 목욕탕이나마 수리해서 팔아야겠다는 생각을하며  대충의 가격을 물어보니 200만원정도라고 한다. 급한 일이 아니니 듣고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느 날 식구들이 세면기가 약간 이상하다고 했다. 세면기가 내려앉아 있었다. 관리실에 연락을 하니 곧 고쳐줄 듯  한참 하다가 아예 세면기를 떼어놓고는 더 이상은 못 고치겠으니 수리 센타에 연락하라고 하며 가버렸다. 졸지에 세면기가 없어져 버린 셈이다.  

늘 있던 자리에 세면기가 없으니 화장실 사용할 때마다 당황스럽고 불편해 어쩔 수 없이 화장실 수리를 해야만 하게 되었다. 날짜를 잡고 한시간이나 걸려 수리용품을 골랐다. 아 내 돈...  그렇게 팔라고 조를 때 팔았으면 수리하지 않아도 되고 좋았을 텐데...지나가고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공사를 하면 집을 비워야 하기에 피서 휴가 계획도 거기에 맞추어 잡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작하기로 하기 불과 얼마 전  우연히 여성지에서 욕실 코팅을 하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코팅을 하는 것이 여러 모로 나을 것 같았다. 멀쩡한 타일을 뜯어내고 방수하는 것 보다 있는 걸 활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말로만 했던 계약을정지시키고 사람을 불러 견적을 내고 몇 시간 동안 제품을 골랐다. 예상외로 그 사람은 욕조나 변기를 코팅하는 것보다 새로 놓는 것이 낫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차라리 조금 돈을 더 들여 동네에서 하는 게 사후 처리에 나을 것 같았다. 오랜 시간 견적을 내준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하게되면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찜통 더위 속에서  어쩌면 좋을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목욕탕 수리에 아무 진척이 없으니 모두들 목욕탕 언제 고치느냐고 묻는다. 얼른 대답한다는 것이 찬바람 불면 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찬바람 불면 하는 것이 괜찮을 것 같았다.  찬바람이란 말 뒤에 숨어 며칠을 보냈다. 하지만 언제 고쳐도 고치긴 고쳐야 했다. 세면기 없이 사는 것도 힘들고 그래서는 집이 팔릴 리가 없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검색을 해봤다. 그래서 만나게된 업체는 코팅도 아니고 뜯고 새로 하는 것도 아닌 타일을 세척한다는 곳이었다. 코팅을 하면 새로 해 놨을 때는 좋지만 2-3 년 지나면 다시 코팅을 해야 한다면서 코팅 물질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라고 한다. 듣고 보니 코팅으로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가격이 그래도 가장 싸서 135만원이었다. 어쨌든 수리를 해놓으면 산뜻하게 보이긴 할 것이다. 견적 내러 온 사람이 가장 싹싹한 것이 선택에 도움이 되었는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데까지 온 시기가 딱 맞았는지 모르지만 결정을 내렸다. 시간도 이틀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좋았다.  여러 업체 중에서 가장 적게 걸린다고 한다.  

바로 일을 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큰 아이가  외박을 나온다고 한다. 외박 나왔을 때 공사로 어수선하게 할 수가 없어 공사를 또 미뤘다. 목욕탕 수리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

드디어 목욕탕 수리가 끝나고 바닥도 대충 마른 것 같다. 새로워진 화장실이 궁금하여 자꾸만 열어보게 된다. 그동안 집안은 자재와 아저씨들의 담배 냄새로 어지러웠다. 목욕을 산뜻하게 했다. 아니 우리 목욕탕에서가 아니고 동네 목욕탕에 가서..... 우리 목욕탕은 아직 새집 냄새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는 중이다.

이젠 집이 팔리려나?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다 보니 수리를 해도 그때만큼의 가격을 받는다는 건 기대도 하기 힘들다. 하지만 행여 그때 집을 못 판 것이 새옹지마가 될지도 모른다. 그걸 누가 알랴. 그나저나 65만원 벌었다.

그러나 여름 내내 머리를 복잡하게 하던  화장실 수리가 끝나 이제부터 쉴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건 희망일 뿐, 다른 일이 또 생기고 말았다. 하긴 살아있는 사람에게 어찌 일이 안 생길 수 있으리요. 헤쳐나가며 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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